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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이인제]삐라 살포의 정치학 2012/10/23 21:46 by 나니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복기(復碁)해 보면 북이 갑자기 요청한 군사실무회담에서 삐라 살포를 강력히 요구하고 삐라 살포가 계속될 경우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한 일이 기억난다.
민간단체가 강행하는 삐라 살포가 계속되는 가운데 북의 경고대로 금강산, 개성 관광이 막히고 개성공단마저 숨통이 조여지고 있다.


 우리 내부에서는 삐라 살포를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된다.
야당 대표라는 사람은 삐라를 살포하는 사람들을 매국노라고 공격하는 지경이다.
매국노라니, 아무리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건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우리 당국이 주도하는 행동이 아니라 북으로부터 탈출한 사람들이 밀어붙이는데, 정부가 이를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냉전시대 우리는 북에서 살포한 삐라를 수 없이 보아왔다.
남에서도 얼마나 살포했는지 알 수 없지만 삐라 살포는 철의 장막이 둘러쳐져 있던 냉전시대 심리전의 대표적 전술이었다.
사실 북한이 개방을 하였더라면 삐라를 살포한다는 생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1988년 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시내 도처에 ‘페레스트로이카(개혁)’, ‘데모크라티에(민주화)’, ‘글라스노스트(정보공개)’라고 쓰여 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평양은 정보의 공개와 자유로운 유통이라는 구호를 내걸어야 하지 않을까.
북한 주민들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내외의 모든 정보들을 자유롭게 접할 권리에 무슨 조건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그렇게 되면 삐라를 북으로 보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북이 정보의 유통으로부터 밀폐되어 있다면 아무리 말려도 누군가 정보의 진공을 향해 삐라 살포를 감행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사회의 법칙 이전에 물리의 법칙이라 할 수 있다.

 2000년으로 기억된다.  나는 서울을 방문한 바웬사를 만나 대화를 나눈 일이 있다.  그는 공산치하의 폴랜드에서 자유노조를 이끌고 정권에 맞서 투쟁한 인물이다.  공산체제가 무너진 이후 그는 폴랜드의 민선 대통령이 되었고, 재집권에 실패한 후 서울을 방문하였던 것이다.  그는 대뜸 이렇게 말하였다.  “왜 한국은 통일을 하지 않습니까?”  당황한 나는 남북관계의 복잡성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그는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거듭 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통일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 때 바웬사가 제시한 한 가지 전술이 삐라 살포였다.
남한의 진실과 통일 이후 어떤 보복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삐라에 담아 비행기로 북한 전역에 뿌리면 바로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며 진지하고 단호한 어조로 강조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는 한반도의 특수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강철 같은 의지로 공산당과 투쟁하여 승리한 인물이다.  정보통제가 일상화된 사회의 본질을 통찰하고 있음이 분명하였다.


 삐라 살포와 관련하여 우리 내부에서 더 이상 갈등과 분열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당국이 하는 일이 아니라 민간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하는 일을 강제로 막을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이 문제는 북이 해결해야 한다.  북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우리가 기꺼이 도와주면 된다.
사실 북이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면서 그 구실을 삐라 살포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로 우리 사회가 분열한다면 북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 이외의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시간을 믿고 일관된 메시지를 북에 보내야 한다.


출처 : http://www.ijworld.or.kr/html/?b_info=1&key=&keyfield=&cate_id=&act=list&page=22 / 9번글

4년 전 글이지만, 지금 현 상황을 쉴드(?)치기 위해서 퍼왔습니다.
그냥 읽고 지나치시길... 대북전단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그건 개인의 자유입니다. 전 찬성입니다.
그나저나 이인제 의원의 칼럼은 검색하기가 참 힘들군요.-_-; 4년 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비교적 쉽게 찾긴 했습니다만...


덧글

  • 대공 2012/10/23 22:01 # 답글

    피닉제의 글이었군요 ㄷㄷㄷ
  • 나니 2012/10/24 17:51 #

    이인제가 국민들에게는 배신자라거나 피닉제라던가 불사조라던가 같은 이미지가 좀 많긴 합니다만,
    정작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좋은게 괜한건 아닌듯 하더군요(.........)
  • net진보 2012/10/23 22:02 # 답글

    이인제도 역시 필력하나 좋군요 ㄷㄷㄷ내용은 많이 봣는데 이인제글이라는건 처음 알앗ㅈ다는...저장해갑니다.
  • 나니 2012/10/24 17:53 #

    별 의미는 없지만, 이인제가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에 합류하기 전에,
    전 실용정부에서 통일부장관으로 이인제를 내세우면 어떨까 이런 주장을 한적 있습니다.

    적어도 통일관과 안보관 쪽은 현재 원내에서 거의 독보적인 사람입니다.
    뭐 그래봐야 지금은 당과 함께 침몰中(......)
  • 알카시르 2012/10/26 10:51 # 답글

    이인제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왜 통일부장관에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네요. 김대중의 햇볕정책이나 이승만의 북진통일을 능가하는 기발한 통일정책이라도 개발했나요?
  • 나니 2012/10/27 11:38 #

    http://sbook.allabout.co.kr/autoalbum/connectBook.html?Falbum=081104104604165&FmaxWin=Y&FdirectPageNum=44&Fbhi=994&UserDumy=ijworld&scw=1280&sch=1024&customer_print_water_mark=a_mode/infoImage/print_water_mark.png&customer_print_water_mark_pos=0-136-244-40

    링크가 굉장히 지나치게(...) 길기는 한데, 무료로 볼 수 있어서 링크 겁니다.
    '한라에서 백두를 보네(ebook)'이 좋은 답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07년 출간된 책입니다.
    44페이지 부분으로 링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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